과학기술영역의 경계가 확장되며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이하고 있지만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 기후변화, 자원부족, 인구 저출산 및 고령화 등 도시의 거주공간, 나아가서는 인류생태 환경을 위협하는 현상이 동시에 발생하고 있다. 자본주의 심화에 따른 소비지향적인 사회가 지구온난화,생태계 파괴 등의 총체적 환경 고갈, 상상할 수 없었던 우크라이나 전쟁 등은 더욱 인류를 위협하는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는 전세계를 펜데믹으로 가속시켰고, 이제는 미래의 건축과 도시에 대한 관심은 피할 수 없는 주제가 되었다. 이제는 지금까지 인류가 접해온 상상력의 욕망을 건축과 도시를 변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탐구하여야 하는 시기가 되었다.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과학기술과의 접목, 이를 바라보는 새로운 통찰력을 통해 우리는 삶과 인간관계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혁명의 문을 열어야 한다. 미셀 푸코가 이야기하는 현재에 존재하는 유토피아인 헤테르토피아적 가능성을 바로 눈앞에서 찾아내야 한다. 미래의 건축란 주제로 현재의 도시를 새롭게 바꾸는 실험적이고 혁신적인 건축 제안을 모색하여야 하는 필요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12회

메타버스 네트워크

- 비저너리 건축 시즌 1을 마무리하며

 

데카르트가 어떻게 미로를 빠져나가야 할 지 알 수 없었다면
그것은 그가 연속성의 비밀을 직선적인 궤도 안에서
그리고 자유의 비밀을 영원의 경직성 속에서 찾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물질의 굴곡을 모르는 만큼이나 영혼의 편향을 모르고 있었다.
-들뢰즈-
 

우리의 삶은 수레바퀴처럼 주어진 제도권적 구조에 맞물려 마치 하나의 부속품과 같다. 마치 태초부터 변화되지 않는 불변적 가치를 향유하며 살아가는 것과 같은 착각으로, 주변의 모든 물체와 환경에 대해 어떠한 물음을 제기하지 않는 삶을 살고 있다. 특히 매스미디어의 발전은 거대 구조의 틀을 전 세계적으로 확장시켜 조작되고 거짓화될 수도 있는 가치들을 공유하게 만들기도 한다. 도시에 새로운 건축을 생성한다는 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 환경, 정치, 문화, 예술 등 통상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가치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예술적 작업의 본질을 묻는 철학적인 관점으로, 예술 이전의 순수한 의문으로 회귀시킬 필요 또한 존재한다. 들뢰즈의 비유를 빌리자면, 데카르트적 명석 판명한 세계의 지배로부터 동시적 이탈을 만들어내는 접힘과 주름의 구조를 통해 사회의 다양한 현상을 다시 바라보고 재결합 해내는 의미를 가진다. 

 

지어지지 않은, 개념적 혹은 급진적인 Visionary Architecture의 역사는 건축의 관행만큼이나 오래되었다. 건축가의 상상은 도구와 수단을 넘어서 목적 그 자체다. 공간적 또는 철학적인 새로운 가능성을 탐험하기 위해서, 기존의 건축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제고하기 위해 건축가들은 수세기 동안 놀라운 창조적 능력으로 상상력의 힘을 보여주었다. 시대의 흐름 속에서 상상했던 이상적인 세계 즉, 유토피아를 꿈꾸어 왔다. 유토피아는 하이프네로토마키아 폴리필리의 출판을 통해 이상주의적, 비실용적 개념을 암시하며 상상력 혹은 꿈속에서 일어난 정신적인 그림을 묘사하는데서 기인했다. 토마스모어가 1516년에 출간한 <유토피아>에서는 상상의 섬을 유토피아라는 단어로 정의하면서 그 개념이 유래됐다. 어디에도 없는 장소이며 현실에는 결코 존재하지 않는 이상적 사회 유토피아는 18세기에 피라네시가 이상적인 로마를 묘사한 골동품과 현실에는 지을 수 없는 가상의 감옥 스케치로 제작되기도 했다. 초현실적이며 정신분열적인 피라네시의 스케치는 새로운 공간에 대한 영감을 부여했다. 19세기 제염소를 디자인한 르두의 기하학적 형상에 기반해 도출된 인식론은 다양한 기계론적 패러다임을 파생시켰으며, 역학적 세분화 및 표현법은 오늘날 컴퓨터의 진화와 20세기를 대표하는 다양한 실험적 건축이 가상공간으로 확대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지난 20세기의 과학기술과 사회의 비약적인 발달은 삶의 패러다임을 변화시켰고, 그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건축가들의 작업은 현실을 목도하고 미래를 상상하는 놀라운 이미지들을 생산했다. 미래파, 러시아 구성주의를 필두로 아키그램, 슈퍼 스튜디오, 아키줌과 같은 실험적인 건축은 페이퍼 아키텍처로 남겨져 당시대보다 오히려 현재에 들어서 건축적, 도시적 미래의 가능성의 근간을 이루는 원천이 되었다. 

우리가 제시했던 미래건축도 이러한 맥락을 포함한다. 예를들면, 움직이는 메타버스 도시는 아키그램의 걸어다니는 도시와 르두의 기하학적이고 기계적인 구성을 결합했다. 땅을 분양하는 집합주거 또한 아키그램의 플러그인 시티나 캠핑시티의 새로운 도시 모델에서 출발하였다. 도로가 도시가 되는 리버스 시티는 슈퍼 스튜디오의 디스토피아적 메가 스트럭처에서 영감을 얻었다.

미래건축 시즌1의 최종인 메타버스 네트워크는 비저너리 건축의 어쩌면 최종 목표인 가상공간,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혹은 끝없이 존재하는 우주공간을 유영하는 스페이스 오딧세이와 같은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데 있다. 메타버스 공간의 가능성은 가상의 대지 위 현실에 있는 도시와 건축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 재현할 수 없는 공간을 찾아내고 상상하는 데 있다. 메타버스의 공간은 그 의미 자체로 무한한 우주를 나타내듯이 하나의 공간으로 규정된 것이 아니고 무한히 확장되고 연속되는 공간적 연속을 구축해낼 수 있다. 메타버스가 만들어가는 도시는 단순한 물리적인 팩터로 읽어낼 수 없다. 거대한 시스템의 덩어리이며 하나를 바꾸었을 때는 다른 모든 것이 상호작용하는 네트워크적 산물이라고 볼 수 있다. 메타버스는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보화 시대가 결합된 복합화의 시대를 이룬다. 따라서 메타버스 네트워크는 사람들의 사고 변화와 반응하며 재정의해주는 것과 맞물려있다. 사회와 도시, 인간의 가치를 복합화하면서 이것들을 담는 문화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길 원한다. 이는 곧 경계가 허물어지고 더이상 물리적인 사회는 존재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미래의 건축 시리즈를 통해 제안됐던 프로젝트들 간 연속된 관계를 통해 무한루프의 메타버스 네트워크를 구성하려 한다. 다른 차원을 이동하듯이 연속된 네트워크는 서로의 공간에서 다른 공간으로 들어가는 원형의 아이콘이 존재한다. 모더니즘의 표상이라 할 수 있는 직교체계의 좌표를 해체하고 변형시킴으로써 직교좌표 틈새에 숨어있던 공간과 구조를 새로운 시각으로 발견해낸다. 이는 시간적 공간적 간격을 찾아내는 작업으로 플라톤의 <티아이오스>에 등장하는 코라(Chora)적 개념을 떠올리게 한다. 코라는 영속적인 형상과 그것의 감각적인 사본 사이 존재하는 제3 의 유(Genos)위에 각인된 장소를 의미한다. 비어있는 듯이 보이지만 비어있는 것이 아니고, 감각적인 세계라는 의미에서 일시적인 것도, 형상이라는 의미에서 영속적인 것도 아닌 모든 것들이 자리잡을 수도 있고 발생될 수도 있으며 또한 각인될 수도 있는 틈새를 발견하는 것이다.

 

 

장윤규 / Jang Yoon Gyoo                                             

국민대학교 건축대학 교수(2004-현재)    
건축가그룹 운생동 대표(2001-현재)
갤러리정미소 대표(2003-현재)

 

비저너리 건축 디자인랩
Creative Director. Jang Yoon Gyoo
Lead Architect. Kim Mi Jung
Designer. Yang Won Jun, Kim Min Kyun
Assistant designer Choi Ji H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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